[아파트 돋보기]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가 위험하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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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북의 대형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사진=김용운 기자) |
요즘 새로 건축한 아파트들은 주차장이 지하화되어 있어 단지 내에서 자동차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아파트의 단지 내 통행로에서 자동차들이 주행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는 과연 도로에 해당힐까요? 해당하지 않을까요? 정답은 “도로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해당할 수도 있다”입니다.
아파트 단지 출입구에 차량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고, 경비원이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통행로의 경우에는 사유지에 해당 되므로 도로교통법 상 도로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반면에 차단기가 없어 출입을 통제하지 않아 아파트 주민 이외에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차량이 왕래하는 통행로는 예외적으로 도로로 인정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합니다.
도로는 도로교통법 제2조에 따르면 ‘도로법’에 따른 도로, ‘유료도로법’에 따른 유료도로,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도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車馬)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 등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통행로는 도로교통법의 도로로 인정되지 않는 ‘도로 외 구역’으로서 교통사고 등이 일어날 경우, 피해자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법률ㆍ안전 사각지대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주거지가 오히려 가장 위험성이 높은 곳으로 인식되는 모순과 역설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7명은 “아파트 단지 내 보행안전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8년 5월, 국토교통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아파트 단지 내 교통안전 관련 국민의견을 설문조사한 결과, 국민 대다수는 “아파트 단지가 교통안전에 취약하고, 도로교통법 상 교통법규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조사에서 ‘아파트 단지 내 보행안전 수준 평가’ 문항에 △위험(69.3%, 매우위험 22.5% + 위험 46.8%) △보통(23%) △안전(7.7%) 순서로 응답했고, 위험하다고 생각한 이유로 △차량의 과속 주행(58.7%) △과속방지턱 등 교통안전시설 부족(28.1%) 등을 꼽았습니다.
또한 ‘단지 내 도로가 ‘도로교통법 상 도로’에 포함되지 않음을 인지했습니까?’라는 질문에 △알지 못했다 36.8% △알고 있었다 63.2%였으며 ‘도로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사고발생 시 법적 책임이 제한됨을 인지했습니까?’라는 질문에 △알지 못했다 49.8% △알고 있었다 50.2%로 조사되어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단지 내 도로’와 ‘공공도로’의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수위 차이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밖에 ‘단지 내 도로도 ‘도로교통법 상 도로’에 포함시켜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찬성 57.5% △일부 찬성 31.3% △반대 9.6%였으며 단지 내 도로에 대한 ‘도로교통법 규정’ 적용 시 적정범위’를 묻는 문항에는 △모든 규정 적용 50.4% △12대 중과실만 적용 40.3%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면 ‘도로’와 ‘도로외 구역’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 인명피해 발생 시 차이점을 비교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도로는 △사망 사고의 경우 보험가입과 합의를 했더라도 처벌 △중상해 사고의 경우 피해자 합의 시 미처벌 △상해 사고의 경우 보험가입 시 미처벌되고, 사고 후 미조치ㆍ음주측정 불응ㆍ12대 중과실인 경우만 처벌합니다.
도로외 구역은 사망 사고와 중상해 사고의 경우 도로와 동일하지만 △상해 사고의 경우 보험가입 시 미처벌되고, 사고 후 미조치ㆍ음주측정 불응ㆍ음주 및 약물 운전인 경우에만 처벌되며 도로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12대 중과실 처벌이 제외됩니다.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400만건(도로 교통사고 313만건, 78.2% / 기타 21만건, 5.3%) 중에서 도로로 인정받지 못하는 ‘도로외 구역’의 교통사고가 16.4%인 66만건에 달했습니다. 도로외 구역의 교통사고 실태는 △아파트 32만건(48.7%) △주차장 29만건(43.5%) △학교 4만건(6.2%) △산업단지 1만건(1.6%)으로 조사되어 아파트 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다음 회(4월19일)에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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